2021. 7. 21 근황

2021. 7. 21. 15:00Thoughts

어제 CFA 시험을 끝으로 중요한 일정들이 모두 끝났다. 잠깐 돌아가 보자. 

 

1. 투자자산운용사 

 투자자산운용사는 92점으로 넉넉히 합격했다. 언제나 그렇듯 세법/법규 파트가 참 헷갈리고 나머지 파트는 무난했는데, 결과는 오히려 세법파트가 만점이 나왔다. 아버지 말씀대로 난이도 대비 너무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보람찼던 시간이었다. 여유가 생기면 후기와 공부법을 간단하게나마 써 볼 생각이다.

 

2. 인턴 면접

2.1 준비

 업계 특성상 애초에 신규채용을 잘 하지도 않을 뿐더러, 시국이 시국인지라 채용문은 좁아질 대로 좁아진 상황이었다. 또, 딱히 fit하다고 생각되는 포지션도 딱히 없었다(사실 자소서 쓰기가 귀찮았다.) 분야를 조금 더 넓혀보아야 하나 싶었다.

 그래도 이번 기간 동안 하나의 인턴십에 지원했는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자) 헤지펀드솔루션운용팀 인턴이었다. 미자는 업계 탑티어이고, 이름이 너무 멋있어서 지원했다. AUM 기준으로는 삼성자산운용에 이어 2위이지만 수익률 기준으로는 탑이다. 작년에는 2,500억 원의 수익을 냈고, 올해는 1분기에만 약 2,200억 원의 수익을 냈다. 주로 글로벌 ETF 에서의 사업 확장에서 비롯되었으며 약간의 지분법 이익 덕분으로 알고 있다.(면접 준비하면서 공부함 ㅋㅋ) 포지션 설명은 아래와 같은데, 주로 미들 포지션 업무 위주인 듯했다. 

투자자산운용사 합격했지롱~

 헤지펀드는 롱숏전략이나 합병차익거래와 같은 전략적 개념으로만 접했지 정확히 뭐하는 곳인지는 몰랐다. 게다가 솔루션이라니 예전에 스타트업에서의 인턴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아무튼 찾아봐도 잘 안 나오더라. 그래서 헤지펀드 자체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했다. 각종 전략이나, 최근의 굵직굵직한 헤지펀드 환매 중지 사태(라임, 옵티머스...)로 인한 설정액 감소의 영향 등. 심지어는 미자의 대표적인 공모펀드 투자설명서와 여타 펀드 운용보고서도 읽어 갔다. 투운사 공부 덕분인지, 원래라면 이해하지 못했을 내용들을 곧잘 이해했다.

 아무튼 여자처자 자소서를 썼는데, 다른 때에 비해서 술술 잘 써졌고 느낌이 좋았다. 예전과 다르게 생각이 어느 정도 정돈되었다는 느낌을 스스로 받았다. 느낌대로 서류에서 합격했고, 바로 미용실로 갔다(?). 그 동안 두문불출한 관계로 머리가 지저분하기도 했고 면접 때 깔끔한 인상을 주고 싶었다. 파마하고 돌아와서 비대면 면접 통보를 받았다(...) 

 

2.2 면접

 조졌다.

 나는 헤지펀드 개념과 시장 분석, 예측이나 현재 투자한 섹터(기아차 화이팅!)에 대한 분석을 준비해갔다. 그러나 철저하게 포지션에 대한 이해 여부와 자소서를 기반으로 질문이 들어왔다. 돌이켜보면 포지션에 대한 이해가 참 부족했다. 물론 포지션 설명 자체가 부족한 점도 있었다. 나는 전반적인 헤지펀드운용인 줄 알았는데, 면접관님께서는 '우리는 재간접 펀드 위주인데, 이에 대해 설명 해보세요'하는 식의 질문을 계속하셨다.

  참고로 '재간접 공모펀드'란 기설정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이다. 예를 들어, 내가 A라는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싶다고 하자. 그런데 사모펀드에 투자하려면 특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3억 이상을 투자해야 했었나?) 그런데 일반 개인 투자자가 이를 충족하기는 어렵다. 이 때, 사모펀드 A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B가 있다면 나는 B 펀드에 투자함으로써 A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셈이다.

  아무튼 질문들에 대해 어버버했고, 돌이켜 생각해봐도 너무 기계 같았다. 사실 지금은 무슨 업무든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일단 해봐야 fit한지 아닌지 감이 올 테니까. 하지만 기업이 그런 사정까지 일일이 봐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욕망의 이중적 불일치라고 해야하나... 뭐 그래서 기대는 딱히 하지 않고 있고, 계속 공부하면서 다른 포지션들에 지원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포지션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는 것을 면접 준비의 시작으로 삼아야겠다. 빠샤!

 

3. CFA

 시험 전일부터 스펙타클했다. 여권에 적힌 이름과 지원된 이름이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홈페이지 상의 이름은 hyeon이고, 여권 상의 이름은 hyun이었다. 단순히 동일한 발음에 대한 표기법 차이이지만, 내가 알기로는 CFA 협회 규정상 그 두 가지가 불일치하면 무조건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멘탈 붕괴가 와서 공부를 하나도 못했다. 부랴부랴 협회에 메일만 5통을 보냈고, 새벽 두 시까지 협회에 계속 전화를 했는데 도저히 연결히 되지 않았다. 찾다보니 Reddit에서도 협회의 CS는 아주 개판인 걸로 악명 높았다. 약 4개월의 수험 기간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고,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결국 약 두 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머리는 몽롱했고 눈도 침침했다.

  결국 입실 전 Head proctor께서 suspend 하셨다. 마음이 철렁했다. 그런데 그 분께서 minor issue이며 보고서를 작성할 테니 너무 걱정말라고 해주셨다. 너무 감사할 따름이었다. 피로의 여파로 시험을 원활하게 치지는 못했다. tricky한 문제들도 많았고 어쩌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이번 경험에서 얻은 것이 참 많다. 준비는 항상 철저히 하고,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자. 머리에 맴도는 격언이 하나 있다. 

 

공든 탑이 무너졌을 때도, 이를 다시 세울 용기가 있으면 비로소 어른이 된 것이다.

 

 

4. 앞으로의 계획

4.1 채권 연구 

당분간은 한숨 돌릴 수 있겠지만 밀린 일이 아직 산더미이다. 우선, 아직 해외채권 투자 연구가 끝나지 않았다. 보고서를 기깔나게 써내서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같이 시작한 다른 부서의 팀원은 이미 그만두셨다고 한다... 연구가 끝나서 보고도 마치셨는지 아니면 중도 하차(?)인지는 모르겠다.

 

4.2 영어 공부

텝스 점수를 550까지는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항상 느끼지만 영어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이다.

 

4.3 블로그 운영

블로그 운영이 은근히 개념과 생각을 정리하거나 도움이 된다. 블로그 방문 통계를 둘러봤는데, 생각보다 컨텐츠 대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주었다. 시험도 끝났고, 그동안 배운 내용들이나 시장 현황 분석에 대한 내용들을 종종 작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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