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3 근황

2021. 2. 3. 12:17Thoughts

 얼마 전 교수님 소개를 받은 이후, 한 운용사 해외채권운용팀에서 연구원(이라는 너무나도 거창한 이름...)으로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CFA 시험 준비와 더불어 최근에 글을 작성하지 못한 이유이다. 어제는 1차 결과보고가 있었던 날이었다. 원래는 지난 주 같은 요일에 진행되었어야 하는데, 유의미한 결과 나오지 않아서 당일 오전에 양해를 구하고 한 주를 미루었다. 연구 내용을 간단하게 적자면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의 결정요인에 대해 분석하는 일이었다. 외국인의 일간 채권 순매수액을 타겟으로 잡고, 수익성 요인(aribtrage incentive), 리스크 요인(5y CDS Premium, EMBI+ Spread), 코로나 더미 등의 다양한 요인들을 설명변수로 채택하여 모형을 구성하고, 모형의 설명력과 각 변수들의 유의성 검정을 실시하였다.

 

 분석을 진행하면서 여러가지 한계에 부딪혀 소위 말하는 '현타'에 몇 번 봉착했다. 우선, 기존 연구들과 결과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 결정요인을 분석한 논문들은 약 10년 전부터 연간 1-2편 계속 출간되어 왔다. 논문들의 요지는 대부분 이러했다. "금융위기 이전엔 수익성 요인이 가장 유의했고, 금융위기 이후에는 한국의 채권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함과 동시에 리스크 요인의 유의성이 더 증대했으나 모형의 전반적인 설명력 자체는 매우 떨어졌다."  OLS부터 시작해서 LASSO, GARCH, ECM 등 연구마다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여 분석을 했음에도 결과가 천편일률이었기에, 연구 진행 전부터 지레 겁을 먹었다. 학부 졸업생 수준에서 박사 논문의 결과를 제끼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 결과적으로는 기존의 논문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수익성과 리스크 요인은 모두 유의했다. 그나마 유의한 사실은 코로나 이후 순매수액이 증가했다...정도? 예측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경기후행적이지 않냐는 지적도 있었고... 암턴... 물론 내 분석 능력이 부족한 점도 크지만, 그래도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지... 

 

 

다음은 조금 더 본질적인 질문이었다. 현타가 몇 번 오고 나니 연구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직원분이 "이미 결과가 어느정도 정해진 프로젝트"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이 났다.(그럼 왜 하는겨..?) 아무튼 그래도 획기적이지는 않더라도 참신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능력과 지식의 한계에 많이 부딪혔다.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이 길이 정녕 내 길이 맞기는 한 걸까?

 

 마지막으로는 코딩 작업이 생각보다 귀찮았다. 개인적으로 프로그래밍 연습할 때는 주로 파이참을 사용하고, 이번 경우처럼 분석결과를 바로바로 리턴해야하는 경우는 주피터를 쓰는데 뭔가 상당히 불편했다. 처음에는 함수를 짜지 않고, 분석 기간과 변수를 매번 다르게 해서 돌렸는데 이게 생각보다 엄청 귀찮았다. 그래서 함수를 짜니 데이터에 따라 에러가 발생하고... 범용성 높은 함수를 짜려다 보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코딩 공부도 손에서 놓지 말아야겠다. 모든 공부는 평생해야 하는구나. 내 인생은 참으로 피곤한 인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2-3주 간은 머리를 좀 식히고 CFA와 개인 공부를 병행하며 몇 가지 글을 더 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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